사전장례의향서((事前葬禮意向書))해설

이 해설서는 (사)한국골든에이지포럼에서 제안한 사전 장례의향서를 기독교식으로 적용한 것이다.
사전 장례의향서 속에 기재되는 내용이 나오게 된 배경은 아래와 같다.

01.우리나라 장례문화의 현황, 문제점 그리고 향후 전망

●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과거 수백 년 간 유교의 효(孝)를 바탕으로 성립되어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불교와 기독교의 교리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 급변하는 사회 속에 장례문화가 세속화되어 비현실적인 허례허식과 상업화 그리고 고급화가 심화(深化)되었는가 하면 현대인들이 납득할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여러 의식과 절차들이 끼어들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국가에 큰 경제적인 부담을 안기고 있다.
● 과거 장례문화의 핵심은 부모 사망이 곧 살아 있는 자녀들의 죄 또는 불효의 결과인 것처럼 인식하고, 그 죄 값을 치르거나 불효를 자책하는 여러 행동들 이 장례의식과 절차 속에 스며있었다. 자기가 죄인 또는 불효라는 사실을 바깥사람들에게 알려야 했고 망자(亡者)에 대한 극도의 슬픔과 애통함을 주위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이 장례의식과 절차로 표현되기도 했다. 한 때는 삼년상도 치렀고, 상복에 새끼줄 허리띠와 굴건 (屈巾, 葛巾, 頭巾)을 쓰고, 문상객이 나타나면 큰 소리로 곡(哭)을 하기도 하였다.
● 최근에는 부모의 장례식을 자녀들이 자기의 사회적 위상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불특정 다수에게 부고를 보내고 가급적 많은 조문객의 방문, 조화(弔花)의 수 등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나타내는 가하면 부의금을 받음으로서 경제적 이득도 취하고 있다.
● 최근 장례의식과 절차가 상업 및 고급화 되어 점점 그 비용이 증가함으로써 가계(家計)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 우리나라는 2010년 이후 사망자 수가 급증, 이에 따른 경제와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장례의식과 절차, 매장, 화장 그리고 유골 처리 등을 위한 제반시설의 절대 부족 그리고 이를 위한 엄청난 규모의 비용 등은 앞으로 국가, 사회 그리고 가족 등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질것으로 예견된다.
● 오늘 우리 사회는 가족구조가 핵가족에서 소핵가족, 나아가 일인 가구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젊은 세대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는 현 장례문화를 그대로 받아 유지 계승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 우리는 이제 이러한 상황에서 그 동안 해온 장례문화와 장례의식 및 절차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보고 이를 현실과 타당성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깊게 논의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믿는다.

02.부고(訃告)에 대해

● 부고는 망자의 사망 사실과 장례일정을 알려야 할 사람들에게 알려 장례 의식에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부고는 상주를 비롯한 가족 그리고 망자와 아주 가까이 지낸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 부고 시기는 보편적으로 사망 직후에 알려 장례의식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지만, 망자의 요청에 따라 장례절차를 모두 끝낸 후에 알리는 경우도 있다. 후자는 망자가 자기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장례의식이 허례허식으로 치러지지 않기를 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 부고를 보내는 목적에 조의금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03.장례의식(葬禮儀式)에 대해

● 요즘 장례의식은 가급적 많은 문상객의 방문을 받고, 많은 조화를 즐비하게 늘어놓는 것이 망자에 대한 후손의 도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자손들의 사회적 위상을 표현하는 한 수단으로 비쳐지는 현상마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칫 장례예식에서 망자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 난다.
● 장례의식은 망자의 업적을 기리고 유족(遺族)의 슬픔을 달래는 예식이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간소하면서도 엄숙하게 의식과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요즘 망자나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이 모여 장례의식과 절차를 간소하게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04.장례식장에서의 음식대접

● 과거 장례식은 사회적인 위상이 높은 사람이 아닌 경우 지역 또는 마을행사로 치러졌다.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행사, 운구 그리고 매장 등의 도움을 주었다.
● 주민 중 누가 상을 당하면 마을 주민 전체가 장례식에 참석했고 상주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큰 부자는 소를 잡았고 작은 부자는 돼지를 잡아 주민들을 대접했다. 당시 육류를 먹기 힘든 시절에 부자 집의 상은 곧 마을 전체의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 현대 장례식에서 식음료를 대접하는 것은 과거의 문화적인 유래와 더불어 문상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장례식에서의 음식 대접은 유족에게 대단히 번잡한 일이면서 경제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장례식의 본뜻과 거리가 있다.
● 문상객들 가운데는 식사 제공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대접은 다과를 정성스럽게 하는 것으로 족하다.
● 문상은 친족 또는 망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문상 후 10분 정도 머무는 것이 유족은 물론 문상객에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05.염습(殮襲)에 대해

● 염습은 과거 주로 부패로 수분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입, 눈, 코 그리고 귀 등을 솜으로 막고 몸을 깨끗이 씻긴 후 수의를 입히기 위한 의식이었다.
● 최근에는 사망이 대부분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몸이 깨끗하게 유지되고 또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망 후 곧 화장되므로 시신의 부패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 오늘의 망자가 일생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수백 년 전의 의례(衣禮)에 맞춘 낯선 의상을 입고 의례를 치러야 하는 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나마도 화장(火葬)을 하는 경우 하루 이틀 입을 옷이다.
● 평소에 즐겨 입는 옷을 입는다고 해서 장례의식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06.수의(壽衣)에 대해

● 수의는 망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는 노정(路程)에서 입히는 의관으로 과거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양반계층의 복식(服飾)을 기초로 한 것이다. 옷감의 질은 망자와 유족의 당시 사회적 위상에 따라 정해 졌다.


07.관(棺)의 선택

● 관은 외부에 노출시켜야 하는 특별한 경우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지 매장 또는 화장하기 전 하루 이틀간 시신을 담는 용기(容器)일 뿐이다.
● 관은 화장을 하는 경우 시신과 함께 소각되는 것이므로 특별하게 재질이 좋은 고가(高價)의 것으로 선택할 이유가 없다.
● 관의 질이 효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08.화장(火葬)과 매장(埋葬)

● 과거에는 주로 매장을 하였다. 지금은 좁은 국토면적을 고려하여야 하고 매장 할 장소를 구하기 어려워 화장을 크게 선호하고 있다.

09.화장을 하는 경우 유골(遺骨)의 처리방법

● 성묘 횟수의 감소에 따라 조상에 대한 추모의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유교사상에 바탕을 둔 효의 문화에서 실리적 추모문화로 변화 되고 있다.
● 화장을 한 후 유골은 봉안장(奉安葬), 자연장(自然葬), 수목장(樹木葬), 산골(散骨)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매장문화에서 화장 문화로의 전환이며 자연 친화적인 장법의 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 자연장은 잔디형, 정원형, 화초형이 있으며, 수목장은 조성림, 자연림, 산골은 바다산골(해양 장), 선산(先山)산골, 유택산골 등이 있다.
● 화장 후 유골처리 방법에 대한 조사에서는 자연장 60%, 봉안장 23%, 산골 10% 순으로 응답을 보였는데 자연장이 법제화되기 전까지 대부분 봉안장을 선호하였으나 국민 의식은 점차 자연장으로 바뀌고 있다.
● 봉안장인 경우 후손들이 정기적으로 성묘를 한다는 것을 가정(假定)하는 것이다. 이 경우 관리에 지속적으로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최근 상업화로 유골 봉안이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방식에 따라 비용이 장기간 많이 소요된다.
● 해양장이나 자연림장은 성묘를 갈 이유가 없어 기일(忌日)에 집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행사로 대체 가능하다.
● 유골 처리의 원칙은 우리 몸은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10.삼우제 (三虞祭)와 사십구재 (四十九齋 : 사구재, 칠칠재 )

● 삼우제는 죽은 이의 혼백을 평안하게 하기위해 지내는 제사이고 사십구재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째에 좋은 곳에 태어나길 기원하며 행하는 불공의식이다.
● 실제로 삼우제나 사십구재를 하는 경우 망자의 혼백이 편안해지고 좋은 곳에 태어나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
● 망자 본인이 깊이 생각하여 결정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 기독교에는 삼우제가 없다.